“최근의 경제 지표는 금리를 올리거나 내릴 필요가 있다는 신호를 보내지 않고 있다. 인내심을 발휘하기에 매우 좋은 시간이다.”
20일(현지시간)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의 제롬 파월 의장은 특유의 조근조근하는 말투로 인내심을 재차 강조했다. Fed가 기준금리를 동결하는 결정을 내린 뒤 마련된 기자회견 자리에서다.
Fed는 이틀간의 일정으로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마친 뒤 만장일치로 현행 2.25~2.50%인 기준금리를 동결했다고 밝혔다.
파월 의장이 바라보는 미국 경제는 여전히 긍정적이다. 올해 들어 노동시장 또한 여전히 강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활동 성장은 지난해 말부터 둔화하는 추세를 보였다는 것이 금리동결 결정의 근거로 제시됐다.
Fed의 이날 성명 또한 “2월의 신규 고용이 거의 변화가 없었지만, 최근 몇 달 동안 고용 증가세는 평균적으로 강했고 실업률은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면서 “그러나 최근 지표는 1분기 가계소비와 기업 고정투자의 성장이 둔화했음을 가리킨다”고 적시했다. Fed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3%에서 2.1%로 하향 조정했고, 내년 성장률 전망치 또한 2.0%에서 1.9%로 낮췄다.
게다가 에너지 가격이 낮게 형성되면서 인플레이션이 감소 추세를 보였다. 파월 의장은 “낮은 인플레이션은 Fed가 인내심을 갖게하는 이유중 하나”라며 “대칭적인 방법으로 인플레이션 2% 목표를 달성할 것이라고 확신하지는 못한다”고 말했다.
이 상황에서 미국 경제가 나홀로 금리를 올렸다가는 경기침체를 재촉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최대 고용과 물가 안정을 도모한다는 Fed의 법적 의무를 무시할 수 없는 선택인 셈이다.
인내심은 시간을 필요로 하는 만큼 FOMC에 참석한 위원들은 올해 안에 금리 인상이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날 배포된 점도표에 따르면 FOMC에 참석한 17명의 위원 가운데 11명이 금리동결을 주장했다. 4명은 한 차례의 금리 인상을 주장했다. 두 차례 이상 금리 인상을 주장한 위원은 2명에 불과했고, 금리 인하를 주장한 위원은 없었다.
지난해 12월 점도표 상으로는 올해 두차례 인상이 가능하다고 전망했는데, 급격하게 관망모드로 돌아선 것이다.
올해말 예상되는 금리 중간값 또한 2.9%에서 2.4%로 대폭 떨어져 금리인상 시나리오는 말 그대로 설 자리를 잃었다. 내년 한차례의 금리인상을 시사했을 뿐이다.
지난해 네 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한 Fed에 대해 ‘매파’에 가깝다고 판단한 시장은 Fed의 급격한 자세 전환에 다소 놀라는 분위기다. 패러데이 리서치의 매트 웰러 애널리스트는 “이번 회의에서 Fed가 ‘비둘기파’로 완전히 변했다는 것이 확실해졌다”면서 “시장은 이제 올해 금리가 인하될 가능성을 40%로 내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Fed는 또 별도의 보고서를 통해 시중에 풀린 자금을 회수하는 보유자산 축소 작업도 9월말에 종료할 것이라고 밝혔다. 더 이상 긴축을 고집할 환경이 아니라고 본 것이다.
보유자산 축소는 중앙은행이 채권을 사들이면서 돈을 풀어 시중에 풍부한 유동성을 공급하는 이른바 ‘양적 완화’(QE)의 반대 개념이다.
2008년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4조5000억 달러까지 불어났던 Fed의 보유자산은 2017년 10월부터 매각작업에 들어갔다. 국채와 주택저당증권(MBS)에 대해 만기연장을 해주지 않는 형태로 매달 500억 달러씩 매각하면서 양적 완화로 풀린 달러를 끌어모았다. 그 결과 Fed가 보유하는 자산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4조 달러까지 줄어든 상태다.
Fed는 당장 5월부터 매각 규모를 500억 달러 이내로 축소해 9월말에 매각을 종료한다고 발표했다. 이날 보고서에 따르면 Fed는 10월부터 만기 도래하는 MBS 가운데 200억 달러까지는 국채에 재투자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장기금리 인하 효과를 빠른 시간내 거두겠다는게 Fed의 심산이다.
뉴욕=심재우 특파원 jwshi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