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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어린 남매가 밤마다 그토록 사오라고 했던 피자와 치킨이 사실은 나를 불러들이기 위한 간절한 작전이었다는 걸 이제야 알았다. [사진 pixabay]
 



 



봄이 오는가 싶더니 바람이 칼날이다. 꽃샘바람이라고는 하지만, 지난겨울이 너무 푹해서인지 뼛속으로 파고든다. 감기라면 몇 년에 한 번 걸릴까 말까 한 내가 보름째 병원 신세를 지고 있다. 약 때문인지 통 입맛을 잃어 병원 진료 마치고 오랜만에 피자를 사서 집에 돌아왔다. 

저녁에 둘러앉아 피자를 먹는데 얼마 전 간호대학을 졸업한 딸이 입을 열었다. “엄마, 오랜만에 피자를 보니 어릴 때 생각나네. 오래전 엄마 과일 장사 하셨을 때 생각나요? 나랑 오빠가 매일 저녁 엄마한테 전화해 피자 먹고 싶으니 오늘 꼭 사오라, 치킨 먹고 싶으니 오늘 꼭 사오라 했었잖아요? 그때 우리가 왜 매일 이거저거 사다 달라 전화했는지 알아요? 모르죠?” 

난데없는 딸 이야기가 내 귀를 확 잡아당겼다. “그래 맞아, 그때 너희들 왜 그토록 매일 치킨과 피자 타령을 했던 거니? 한창 클 때였으니 먹어도 돌아서면 또 먹고 싶어 그랬던 것 아니야?” 나의 대답에 딸이 웃으며 말했다. “아니에요. 사실은 엄마가 행여나 집에 안 오실까 봐 그랬어요.” 

나는 순간 그 말이 잘 이해되지 않았다. “그게 무슨 말이야? 엄마가 집에 안 올까 봐? 엄마가 집에 안 오면 어딜 가?” 

“그때 아빠가 교통사고 내서 사람이 죽었잖아요. 그거 합의 보느라 우리 살던 전세방 빼고 다 무너져가는 흙집으로 쫓겨 가고, 엄마 아빠가 매일 돈 때문에 다투셨잖아요. 아빠가 능력 없어 돈 못 버셨고 그 몫까지 엄마가 가장처럼 매일 나가 일을 해야 했잖아요. 어린 우리가 봐도 그때 엄마는 곧 쓰러질 것 같았어요. 엄마가 차 안에서 신발장 앞에서 마당에서 뒤꼍에서 혼자 우는 모습 사실 오빠랑 몰래 숨어서 많이 봤거든요. 

내 친구들은 아빠들이 돈도 잘 벌고 엄마들은 집에서 간식해주고 비 오면 학교에 우산 갖고 오는데 매일 큰 트럭 끌고 장사 나가는 엄마가 너무 불쌍했어요. 우리 엄마 저러다 어느 날 장사 나가서 영영 집으로 돌아오지 않으면 어쩌나 오빠랑 저는 저녁마다 두려웠어요. 

그래서 어린 마음에 생각해 낸 것이 치킨, 피자 먹고 싶다고 하면 엄마가 그것 때문에라도 우리 버리지 않고 집에 꼭 오실 것만 같았어요. 그렇게 해서라도 엄마를 붙들고 싶었어요. 엄마가 어느 날 영영 떠나버릴까 두려웠거든요.” 

오래전 어린 남매가 밤마다 그토록 사오라고 했던 피자와 치킨이 사실은 엄마를 집으로 불러들이기 위한 간절한 작전이었다는 것이다. 나는 그만 피자를 손에서 떨어트리고 말았다. 그때 두 아이가 왜 그토록 피자, 치킨 타령을 했는지 궁금했는데 엄마가 떠나버릴까 두려워서였다니. 순간 가슴이 울컥해 피자가 목으로 넘어가지 않았다. 나는 딸의 말과 함께 그때 정말 괴롭고 힘들었던 시간이 파노라마처럼 떠올랐다. 

 



나는 전남편의 무능함으로 몹시 힘들었다. 엄청난 생활고로 스트레스가 겹쳐 심장 비대증이 생기고 숨조차 쉴 수 없었다. 그렇게 죽지 못해 사는 힘겨운 날들이었다. [사진 pixabay]
 



 



사실 그랬다. 오래전 나는 전남편의 무능함으로 몹시 힘들었다. 엄청난 생활고로 스트레스가 겹쳐 심장 비대증이 생기고 숨조차 쉴 수 없었다. 그렇게 죽지 못해 사는 힘겨운 날들이었다. 

어릴 적에는 오래 아프셨던 친정아버지로 인해 엄청난 고통 속에 살았다. 그 후 결혼해서 만난 나의 남편은 한술 더 떴다. 가정이 어려워 배운 것이 없던 나였기에 그 사람을 공장에서 만났다. 나는 평생 아버지가 돈을 버시는 것을 못 봤기에 내 남편은 부디 그 기본적인 것만 해주면 감사하리라 생각하며 결혼했다. 

그는 폭력성은 없었지만 사람 환장하게 숨넘어가도록 무능했다.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었다. 아니다. 어쩌면 처음에 내가 그의 그런 무능함을 미처 발견하지 못했었는지도 모른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것이 맞는 것 같다. 

살아가면서 차차 드러나기 시작한 전남편의 가장으로서의 무능함과 아내인 나에게 기대는 의존감은 심각했다. 집에 쌀이 떨어져도 전 남편은 TV를 보다가 태연히 잠을 잤다. 과일을 사서 남편 차와 내 차에 나눠 실으면 나는 어떻게든 그날 싣고 나간 과일은 그날 다 팔고 아이들 필요한 것을 사서 집으로 돌아왔다. 

밤늦게 돌아와 보면 남편 차는 이미 마당에 세워져 있었다. 남편 차에 실린 과일은 사흘이 가도 줄지 않았다. 그러다 시들어 도무지 팔지 못할 지경이 되면 나 몰래 동네 밖 농수로에 쏟아버리고 경매장 가서 내 앞으로 외상을 달고 물건을 실었다. 그렇게 쌓인 외상값이 400만원이었다. 그 사실도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집에 생활비를 주는 일은 거의 없었고 귀가 얇아 이 사람 저 사람한테 사기를 잘 당했다. 한숨과 눈물이 절로 났다. 그 머릿속을 한번 열어보고 싶을 지경이었다. 그런 남편을 앉혀놓고 밤새 장사법을 가르쳐도 보았다. 스피커 녹음하는 법과 덤을 주는 법, 과일 맛보기 하는 법과 너무 터무니없이 가격을 깎는 손님 대처법까지…. 

남편을 앉혀놓고 목이 쉬도록 가르치면 그는 내 앞에서 꾸벅꾸벅 졸았다. 다른 일을 시켜 보고 취직을 알선해 주어도 소용없었다. 전 남편은 이것은 이래서 저것은 저래서 못하겠다고 했다. 

참다못한 나는 결국 결혼 15년 만에 그토록 하지 않으려 이 악물고 버텼던 이혼을 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이혼할 때 두 아이를 앉혀 놓고 넷이서 가족회의를 했다. 아이들이 어리면 어린대로 현 상황을 다 말해주고 의견을 물었다. 그렇게 한 이유는 아이들이 자라 나중에라도 원망을 듣고 싶지 않아서였다. 두 아이의 대답은 이러다가는 엄마 죽겠다고 이혼하면 좋겠고 자기들은 엄마를 따라가겠다고 대답했다. 

마을에 눈부신 아파트 단지가 신세계처럼 들어서던 때였다. 나는 바닥까지 떨어져 쥐들이 머리맡을 넘나드는 다 쓰러져가는 흙집에서 살던 때였다. 한창 교육비 들어갈 두 아이를 내 품에 안고 이혼한다는 것은 벼랑 아래로 뛰어내리는 형국이었지만 내 어깨에 얹힌 무능한 남자까지 내가 떠메고 책임질 자신은 없었다. 그는 차라리 없는 게 나았다. 

세 식구의 가장이 된 나는 수많은 직업을 전전하며 일했다. 공장이나 식당 월급으로는 아이들을 키울 수 없었다. 또다시 장삿길로 나섰다. 낮엔 신도시 아파트 입구에서 붕어빵, 떡볶이, 어묵 장사를 하다 수없이 쫓겨났다. 밤이면 야간학교로 달려가 검정고시 공부를 했다. 내가 야간학교 수업이 끝나면 학원 공부를 마친 아들을 태우러 갔다. 그렇게 집에 오면 늘 자정이 넘었다. 

그렇게 두 아이를 키우며 나는 검정고시에 합격하고 방송통신대학교 국문학과에 진학했다. 그 후 나는 4년 만에 국문학과를 졸업했고 시와 소설로 등단하고 문학인으로 살고 있다. 그리고 지금의 고마운 남편을 만나 재혼한 지 만 8년째다. 

지금도 물론 형편은 넉넉하지 않다. 그러나 최선을 다해 열심히 일하는 남편이 든든하다. 우리 부부는 현실에 만족하며 서로 의지하고 행복이 무엇인지 느끼며 살아가고 있다. 다행히 두 아이도 잘 자라 아들은 직업군인이고 딸은 대학병원 간호사로 합격했다. 지친 어미 힘들까 봐 속 한번 썩이지 않고 잘 자라 이제는 엄마를 챙기고 보호하는 든든한 기쁨이 되어주고 있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누군가에게, 정말 힘든 시기를 건너가고 있다면 부디 힘을 내시라고 말하고 싶다. 물론 나보다 더 어려운 이웃도 무척 많을 것이다. 그러나 내 경험을 돌아보면 절대 포기하지 않는 이상 반드시 웃을 날이 오더라는 것이다. 힘겹고 주저앉고 싶은 날이 닥쳐도 결코 포기하거나 극단적인 생각은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모든 시간은 공평하다. 이 또한 지나간다는 것을 믿고 조금만 더 견뎌보는 것은 어떨까. 

김명희 시인·소설가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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